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대학에 막 들어온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해보이는 커다란
거드름 중 하나는, 젊은 나이에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팠던 일을 했다는 경험담을
낭만을 양념쳐서 멋드러지게 얘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고딩 때 꽉 짜여진 일상에
묶여있던 것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는 일종의 가르침이다.

그런 구체적 내용으로, 시험과 성적을 초월하여 조금 더 자유롭게 나의 젊음과
청춘을 즐겼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 선배가 갖춰야할 필수 덕목이 되어보였다.
그것은 일종의 반항과도 같은 '운동'과도 같은 의미로 사용 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선배가 더 과감하게 놀아제끼고, 더 성적을 말아먹을수록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서 더욱 멋진 인간임을, 더욱 멋진 대학생임을 강조한다.

요새는 그런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기기 보다는, 저학년 부터 학점과 토익 같은
어떤 성과에 대해서 관심을 같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꿈이 있는지 혹은
어디서 협박을 들었는지 모르는 그들은 야무지게도 새내내기 때 부터
맹렬히 자기(의 스펙) 관리를 한다.  

그거야 자기가 선택해서 하는 일일테니 뭐 딱히 할말은 없다.
그리고 지금 할 얘기는 그런 것을 까대는 목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일년 정도 다니다 보면 놀고도 싶고 대학 후배들이라는 것도 한 번 쯤
만나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다. 1학년 때는 아예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던;
나 같은 인간도 후배라는 인간들은 한 번 보고 싶었으니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을터라.
(그래가지고 만난 후배 고동우, 고재발;;; 와따뻑;;;)

그런데 묘하게도 새내기 후배를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나는 1학년 때 학점이 4.2/4.5 점이었다."라고 하는 것 보다는
"나는 1학년 때 학점이 1.0/4.5 점이었지만, 이것도 해보고 주절주절..." 하는 것이
뭔가 더 멋져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직접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고 자유와 낭만을 느끼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1학년 생활을 그야말로 진상으로 보냈던 산공과 02학번 고동우의 불만은
그 때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했던 애새끼들이, 후배들 앞에서 어줍잖게 후까시를;
잡는다는 것이다. 지들은 그럴만한 용기도 없고 깡도 없었던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들 앞에서, "내 새내기 시절은 이러이러했다구."
"신입생 때 이러이러 해봐야지."하며 폼을 잡고 거드름을 피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과 증언이 아니면 증거 자체가 없으니, 순진한 신입생들은
어리어버리 그냥 믿는 수 밖에. 아쉽게도 누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증명할 길은 없다.